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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러닝으로 살을 뺀다는 게 그냥 많이 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빠르게, 힘들게 달릴수록 살이 더 빠질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로 한 달 넘게 달려보니 이게 완전히 잘못된 접근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면 무조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어떻게' 달리느냐가 '얼마나' 달리느냐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방법에 따라 체지방 감량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고강도 러닝의 함정, 지방 연소 타이밍

많은 분들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려야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빠른 속도로 힘차게 달리면 땀도 많이 나고 운동한 기분이 확실히 들거든요. 그런데 운동생리학적으로 보면 이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우리 몸은 운동 강도에 따라 에너지원을 다르게 선택합니다. 고강도 운동 시에는 주로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glycogen)을 우선적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글리코겐이란 포도당이 여러 개 연결된 형태로 근육과 간에 저장되는 에너지원을 말합니다. 반면 지방 연소는 산소 공급이 충분한 중강도 운동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최대 심박수(Maximum Heart Rate, MHR)의 60-70% 구간을 지방 연소 구간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강도는 대략 '숨은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설명을 듣고 너무 느린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이 속도로 40분씩 꾸준히 달리니까 한 달 만에 몸의 변화가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출처: 대한운동사회).

제가 직접 경험한 또 다른 문제는 고강도 러닝 후 찾아오는 보상 심리였습니다. 정말 힘들게 운동하고 나면 "이 정도 운동했으면 치킨 한 조각 정도는 괜찮지"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더군요. 결과적으로 소모한 칼로리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더 많아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운동 시간을 30분 이상으로 하는 과학적 이유

일반적으로 러닝은 20분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체지방 감량을 목표로 한다면 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운동 시작 후 처음 10-15분 동안은 주로 글리코겐을 에너지로 사용하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방 분해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지방산 산화(fatty acid oxidation)라는 과정을 통해 체지방이 에너지로 전환되는데요. 쉽게 말해 우리 몸에 저장된 지방을 쪼개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대략 운동 시작 20분 후입니다. 그러니까 20분만 달리고 멈추면 지방 연소의 골든타임에 들어가기 직전에 운동을 끝내는 셈이죠.

제가 사용하는 러닝 어플의 초보자용 프로그램은 40분 구성이었는데, 처음엔 너무 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치님 말씀이 "최소 30분은 달려야 의미가 있다"였고, 실제로 그렇게 해 보니 2주 차부터 체중계 숫자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에서도 체지방 감량을 위해서는 1회당 최소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스포츠의학회).

프로그램을 따라 해보니 워밍업으로 빠르게 걷기 5분, 본 러닝 30분, 쿨다운 걷기 5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구조가 굉장히 과학적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특히 러닝 후 바로 멈추지 않고 5분 정도 걷는 게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러닝기록
러닝기록

변화를 주는 러닝,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매번 똑같은 코스에서 똑같은 속도로 뛰면 우리 몸은 빠르게 적응합니다. 운동 적응(exercise adaptation) 현상이라고 하는데,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근육이 그 강도에 익숙해져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같은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모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죠.

저는 처음 한 달 동안 집 근처 공원 트랙만 돌았는데, 3주 차부터 체중 감량 속도가 확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코치님 조언대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줘봤습니다.

  • 평지 공원 대신 완만한 언덕이 있는 산책로로 코스 변경
  • 강변 러닝 코스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 가끔은 트랙 대신 흙길이나 잔디밭에서 달리기

특히 언덕 러닝은 같은 시간을 달려도 평지보다 약 20-30%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몸이 적응하면서 기초 체력도 함께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속도 변화도 중요합니다. 매번 일정한 페이스만 유지하지 말고, 5분 조깅 후 1분 빠르게 달리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방식을 한 주에 한두 번 정도 섞어주면 대사 능력이 향상됩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변화를 주니 운동이 지루하지 않았고, 몸도 계속 반응했습니다.

러닝 후 정리 운동도 절대 빼먹으면 안 됩니다. 운동 후 초과 산소 소비량(EPOC, Excess Post-exercise Oxygen Consumption)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는 운동이 끝난 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대사율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는 처음엔 힘들어서 러닝 끝나자마자 벤치에 주저앉곤 했는데, 그러면 오히려 다음 날 더 피곤하고 근육통도 심했습니다. 500m 정도 천천히 걸으며 마무리하는 습관을 들이니 회복도 빠르고 다음 날 컨디션도 훨씬 좋았습니다.

요즘은 러닝 어플이 정말 잘 나와 있어서 초보자도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어플은 달리는 중간중간 가이드가 자세 교정법이나 호흡법 같은 유용한 정보를 알려줘서 혼자 뛰어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러너들과 월간 목표 거리를 공유하며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고요.

결국 러닝 다이어트의 핵심은 '강도보다 지속 가능성'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달려서 일주일 만에 포기하는 것보다, 적절한 강도로 꾸준히 달리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두 달 만에 체지방률을 3% 가까이 낮췄고, 지금도 일주일에 2회씩 즐겁게 달리고 있습니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숨 턱 끝까지 차게 달리는 대신,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로 30분 이상 달려보세요. 그리고 매번 같은 코스만 고집하지 말고 변화를 주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allurekorea.com/?p=306357